더함양신문

49. 아홉 마리 용들의 안식처 구룡폭포

금강산의 구룡폭포는 개성의 박연폭포, 설악산의 대승폭포와 함께 우리나라 3대 폭포라고 하지요. 폭포의 발원지 비로봉에서 12km 내려오다 구룡연에 이르러 150m 절벽을 이루는 곳에서 흰 비단 폭의 물줄기가 푸르스름한 물안개를 뿌리며 쏟아지지요.

신라의 최치원(857)은 구룡폭포를 보고 이런 시를 읊었어요.

 

천길 비단 필을 드리운 듯 하고

()섬의 진주알이 쏟아지는 듯 하여라

 

금강산 깊은 골짜기 효운동으로 들어가는 길목이지요.

이곳에는 아주 넓은 늪이 있고 그 맞은 편 언덕에 늪을 내려다보며 늪을 지키는 파수꾼마냥 의연하게 서 있는 커다란 느릅나무 한 그루가 서 있어요.

이런 넓은 늪에 아홉 마리의 용들이 사이좋게 살고 있었어요. 그런데, 그 평화로운 늪에 심상치 않은 무서운 기운이 감돌았어요. 까마귀가 까악 까악울며 불길한 소식을 전했어요.

아홉 마리 용들 중에서 가장 큰 형이 긴 머리를 쑤욱 빼어 까마귀에게 물었어요.

, 무슨 일이냐?”

모르세요? 지금 인도에서 53불은 금강산이 아름답고 신비한 곳이라는 말을 듣고 이곳을 정복하러 오고 있어요.”

뭐라고? 인도의 53불이 금강산을 향해 오고 있다고?”

, 지금 배를 타고 오고 있어요.”

까마귀에게 그 소리를 듣자, 아홉 마리의 용들이 일시에 발끈해서 머리를 쳐들고 분개해서 대책을 세우려 했어요.

그래 지금 어디 쯤 오고 있어?”

방금 금강산으로 들어오는 곳에서 금강산 나룻배를 타고 이곳 늪 쪽으로 들어오고 있어요,”

큰형 용이 동생들 용에게 침착하게 말했어요.

까마귀 말만 듣고 흥분하지 말고, 우리들은 만반의 준비를 하자.”

아홉 마리 용들은 늪의 가장 깊은 곳에 모여 만약의 경우를 생각해서 인도의 53불과 싸울 준비를 했어요.

한편, 53불은 금강산으로 들어오는 강줄기를 따라 배를 타고 들어오면서 배안에서 머리를 맞대고 신비한 금강산 골짜기를 정복할 모의를 했어요.

그곳 입구에 넓은 늪이 있는데 아홉 마리의 용이 지키고 있대.”

아홉 마리의 용과 싸워야지.”

그러자, 까짓 아홉 마리 용들 쯤이야. 우리 인도의 53불의 무서운 도술 한 방이면 그냥.”

53불은 배 안에서 여러 가지 전략을 꾸미며 아홉 마리 용은 물론이고 금강산 전체를 정복할 자신감을 보였어요.

이때였어요. 53불을 태우고 가던 뱃사공이 그들의 모의하는 말을 우연히 엿듣게 되었어요.

괘심한 녀석들, 감히 우리 금강산을 넘보다니?”

뱃사공은 이를 악물고 분개해서 주변을 두리번거렸어요. 잠시 후, 53불이 타고 있는 배가 바람도 없고 주변에 장애물도 없는데 갑자기 심하게 흔들거렸어요. 53불은 긴 여행에 지친 상태에서 뱃멀미까지 겹쳐 정신을 잃었어요. 이때 갑자기 배가 뒤집어지고 53불이 모두 강물에 빠져 손을 허우적거렸어요. 뱃사공은 건너편 강둑으로 헤엄쳐가 팔짱을 끼고 서서 그들의 위험한 모습을 본체만체 했어요.

이 위급한 상태에서 53불은 마침 그들이 가지고 온 커다란 풍선 같은 나무 종()이 물에 둥둥 떴어요. 53불이 모두 손을 벋어 그 종을 잡고 강둑을 향해 헤엄쳐 나갔어요.

그들은 손을 허우적이며 가까스로 강둑으로 헤엄쳐 나와 흐트러진 자신들의 모습을 가다듬고 금강산 정복 전술을 다시 점검했어요.

, 나를 따르라. 금강산으로 돌진이다.”

53불에 중에 우두머리 인 듯한 금동보살이 그들을 인솔하여 금강산 아래 아주 넓은 늪이 있는 곳까지 들어왔어요. 그곳은 아홉 마리의 용이 이들, 53불과 한판 승부를 위해 단단히 벼르고 있는 곳이지요.

아홉 마리 용중에서 큰형 용이 늪의 언덕에서 53불을 향해 무섭게 외쳤어요.

“53불 당신들, 금강산의 아홉 마리 용의 무서운 힘에 혼이 날 것이다. 당신들은 주인의 허락도 없이 함부로 신성한 우리 금강산에 들어왔으니 당신들 나라로 돌아가거라.”

아홉 마리의 용들이 늪가의 언덕에서 진을 치고 당당하게 금강산을 지키는 모습을 보고 53불은 겁을 먹었어요.

그러나, 53불도 쉽게 물러설 자세가 아니었어요. 그들은 늪가의 언덕에 서 있는 커다란 느릅나무에 자리를 잡고 아홉 마리 용들과 싸울 준비를 했어요.

53불은 느티나무 가지에 그들이 들고 온 아주 큰 종을 매달고 --힘차게 울렸어요. 그들 중에 금동보살이 나서서 차분한 목소리로 아홉 마리 용들에게 설교했어요.

우리들은 저- 멀고 머언 인도에서 이곳 신비에 싸인 금강산을 구경하고, 금강산에 깃들이고 있는 모두들을 부처님의 자비로운 품에 안기게 하기 위해 찾아왔으니, 그네들은 우리 길을 막지 말고 그 자리에서 나가거라.”

아홉 마리 용들도 이에 지지 않고 당당하게 대적했어요.

이 늪은 우리 조상이 대대로 자리 잡아 살고 있으니 그대들은 우리 영역에서 빨리 나가라.”

아홉 마리 용들이 합창을 하듯 큰소리로 늪이 떠나가도록 외치자, 그 소리는 마치 천둥이 울리는 소리처럼 무섭게 골짜기를 진동시켰어요.

53불은 아홉 마리 용들을 말로서 쉽게 굴복시킬 수 없음을 알고 작전을 더 강하게 바꾸었어요.

그들 중에서 그들의 지휘를 총괄하던 금동보살이 앞으로 나서더니 아홉 마리 용들을 무섭게 노려보고 웃음을 씨-익 웃더니, ‘불 화()자를 쓴 종이를 두 손으로 공중에 흔들더니 용들이 있는 늪에다 던졌어요. 그 종이가 종이비행기처럼 아홉 마리 용들이 몸을 담그고 있는 늪에 날아 내리자, 늪의 물이 서서히 부글부글 끓어오르기 시작했어요.

늪의 물이 뜨겁게 끓어오르자, 아홉 마리의 용들은 놀라는 기색도 없이 이것을 예견하기라도 한 것처럼 동시에 입에서 소름끼치는 무서운 소리를 내지르고 하늘로 치솟았어요. 그 아홉 마리의 용들이 하늘을 한 바퀴 돌더니 갑자기 시커먼 먹구름을 몰고 와서 53불이 있는 느릅나무 근처를 물바다로 휩쓸었어요.

53불들은 그 무시시한 물벼락에서 허우적이다 느릅나무 둥치를 잡고 겨우 물난리를 피할 수 있었어요. 53불들은 모두가 느릅나무 가지 하나마다 매달려 목숨을 구했지만 어쩔 줄을 몰랐어요.

53불들은 아홉 마리의 용들이 자기들의 불 화() 자 도술에 놀라서 굴복할 줄 알았다가 오히려 자기들이 위기에 몰리게 되자, 몸을 벌벌 떨며 의논을 했어요. 53불의 중 금동불상이 나서서 논의를 했어요.

, 금강산의 아홉 마리 용들이 우리보다 한 수 위의 도술을 가지고 있다. 어떻게 할까?”

우리가 인도 53불의 명예가 있다. 끝가지 싸우자. 숨을 돌린 후에 다시 시작하자.”

그때였어요.

아홉 마리 용들의 큰형이 벼락같은 고함을 질렀어요.

자아- 53불은 각오하라. 이번에는 바람 세례를 받아보아라. 아마 너희들은 살아남을 자가 없을 것이다.”

아홉 마리 큰형 용의 무시시한 고함이 터지자, 갑자기 세찬 바람이 불어 느릅나무에 겨우 몸을 지탱하고 있던 53불들이 부들부들 떨며 화해를 하자고 했어요.

바람을 멎게 하여 주오. 우리 타협합시다.”

아직 멀었다. 이제 바람이 끝나면 너희들이 있는 그 느릅나무가 불에 활활 타오를 것이다.“

아홉 마리 큰 형의 말이 떨어지자, 53불 대장 금동보살이 나무에서 내려와 용들의 큰형에게 용서를 구했어요.

좋소. 당신들의 요구대로 하겠소. 우리 타협합시다.”

용의 큰형이 천천히 그들에게 말을 했어요.

부처님의 나라 인도에서 왔으니 이 정도에 끝내겠소.”

그제야, 53불들은 휴우- 숨을 내쉬고 용서를 구하는 자세로 금동보살이 용의 큰형에게 걸어와 그들의 요구사항을 조심스럽게 말했어요.

용서하시오. 우리가 무례하게 금강산을 침범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오.”

용의 큰형이 나서서 아주 점잖고 무겁게 말했어요.

알았으면 빨리 인도로 돌아가시오.”

알겠습니다. 다만 한 가지 우리들의 요구사항도 들어주십시오.”

지금 이 상황에 요구사항이 있을 수 있어요?”

우리 53불은 다른 곳으로 침범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머언 인도에서 걷고, 배도 타며 이곳까지 고생하여 왔습니다. 저희들의 입장을 생각하시어 금강산 변두리라도 좋으니 머물게 하여 주기를 간절하게 요청 드립니다.”

알았소. 우리 형제들과 의논한 후 통보를 드리겠소.”

용들의 큰형이 늪으로 돌아가 동생들에게 의논을 했어요. 여태까지 53불과의 이야기를 자세히 털어놓으며 의논을 하자, 언제나 자기 주장을 강하게 말하는 막내 동생이 나서며 열변을 토해내어요.

“53불을 인도로 돌려보내어야 합니다. 그래야 다음부터라도 금강산을 넘보는 무리가 없도록 해야 합니다.”

다섯 번째 동생이 막내 동생의 의견을 거들며 나섰어요.

맞습니다. 이 기회에 본때를 보여야 합니다.”

아홉 마리 용들은 모두 53불을 쫓아내어야 한다는 말에 같은 생각을 가진 것 같았어요.

그때, 셋째 동생이 머뭇거리며 한 마디 했어요.

그들의 소행을 볼 것 같으면 인도로 돌려보내는 당연하지만, 그들은 부처님의 이름으로 용서를 구하고 있습니다. 또 그들이 변두리만 머물겠다고 하니 허락해 주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몇몇의 용들이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었어요.

용들의 큰형이 동생들의 말을 듣고 한참 동안 깊은 생각에 잠겼다가 숨을 크게 내쉬며 신중하게 입을 열었어요.

내 생각은 이렇소. 부처님의 이름으로 용서를 구하는 자를 용서하지 않으면 우리의 죄 또한 클 것이오.”

용들의 큰형은 동생 용들을 바라보고 설득력 있는 목소리로 간곡하게 말했어요.

“53불을 너그럽게 용서합시다. 우리의 풍습과 예절을 그들에게 말하고 주변에 만나는 이들을 존중하며 해를 끼치는 일이 없도록 엄하게 말한 후, 그들이 이 늪에 머물도록 해주었으면 해요.”

동생 용들이 큰형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찬성의 의미를 표했어요.

다음날, 용들의 큰형은 느릅나무 아래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53불을 찾아가서, 당당하면서도 겸손하게 53불을 둘러보고 말했어요.

이곳 변두리에 머물 것을 허용하오. 대신 이곳은 동방예지국이니, 그들을 항상 존경하고 예의를 지켜주기 바라오.”

감사합니다. 그 말씀은 꼭 지키겠습니다.”

우리 아홉의 용들은 여러분이 편안하게 부처님의 자비를 펼 수 있도록 이 넓은 늪을 떠나주겠소.”

용들의 큰형은 그 말을 남기고 자리를 떠나려고 돌아섰어요. 단호하고 결단력 있고 포용력이 있는 큰형의 말과 행동에 53불은 감동이 되어 돌아서는 용들의 큰형에게 모두 고개를 숙여 예를 표했어요.

부처님의 자비를 펴도록 불도에만 정진하리다.”

아홉 마리의 용들은 그 늪을 53불에게 물려주고 효운동 계곡의 폭포로 옮겼어요. 아홉 마리의 용들은 진주알처럼 하얗게 부셔져 내리는 시원한 폭포에서 재미있게 놀며 그들의 집처럼 찰방거리며 놀았어요.

막내 용이, 형 용들에게 어리광처럼 말했어요.

형들, 이 시원한 폭포도 좋지만 우리가 놀던 늪에 가보고 싶어.”

큰 형이 빙그레 웃음을 머금고 웃으며 말했어요.

“53불이 있는 늪보다 이 폭포를 지켜 우리들의 집이 되는 것이 더 좋을 거야. 아홉 마리 용의 폭포 구룡폭포이름도 좋지.”

그 후 아홉 마리 용들은 영신골을 거쳐 집선봉, 세존봉, 용출구를 지나 구룡소로 옮겨가며 살았다고 해요.

 

 

 

더함안신문(theham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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