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함양신문

46. 용궁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거북이, 거북바위

조현술 논설위원

외금강이 천태만상의 기암절벽을 이룬 웅장한 남성미를 가지고 있다면 내금강은 폭포, , 등의 수려한 여성미를 갖춘 곳이지요. 여기 내금강 골짜기 만폭동에 거북바위의 이야기를 살펴보고 싶어요. 그 거북바위 옆에는 아주 큰 너럭바위가 있는데, 그 바위에는 어린 아이들이 기어 다닐 수 있을 정도의 바위 구멍이 뚫어져 있어요.

 동해바다 용왕이 사는 곳은 참으로 아름다웠어요. 예쁜 시녀들이 진귀한 꽃으로 테이블, , 창을 장식하고 시간 맞춰 감미로운 음악이 흘렀어요.

용왕은 오늘도 용궁에서 동해바다 백성들이 잘 사는지 귀를 열어놓고 어려운 점이 없는지 살폈어요.

마침 오늘은 거북이가 용왕에게 어려운 청을 드리고 있었어요.

거북이가 용왕 앞에서 머리를 조아리고 목소리를 가다듬어 자신의 소원을 간청했어요.

폐하, 금강산이 경치가 빼어나 평생에 꼭 한번은 보고 죽어야 소원이 없다고 하오니, 허락하여 주시옵소서.”

용왕은 커다란 돋보기안경을 당겼다 밀었다 하면서 거북이의 아래 위를 이리저리 몇 번 살펴보더니 푸근한 목소리로 말했어요.

거북이 대신 자네는 부지런하고 착하기가 우리 용궁에서 소문이 나 있지 않은가?”

폐하, 황공하오이다. 허락하여 주십시오.”

자네의 성실을 믿어 금강산 유람을 허락하겠네. 다만 몇 가지 지킬 사항을 일러주겠네.”

, 폐하의 분부이신데 당연히 지키겠습니다.”

첫째, 금강산 경치는 나도 들어서 알고 있네만, 산의 봉우리, 골짜기가 절경이라고 하네. 더구나 지금은 가을철이라서 온산이 울긋불긋 단풍이 들어 황홀하다고 들었네. 중요한 것은 단풍이 지기 전에 꼭 돌아와야 하네. 더 추워지면 자네가 움직일 수 없을 걸세

폐하의 분부대로 따르겠습니다.”

둘째, 자신의 본분을 알고 항상 자기 자신 다스리기에 게을리 하지 말게나.”

, 폐하의 신하로서 게을리 하지 않겠습니다.”

셋째, 자네의 본향이 어디인지를 잊지 말게나.”

폐하, 하늘이 무너져도 저의 본향은 동해바다 폐하의 신하이옵니다.”

금강산 유람을 허락하네. 거듭 말하지만, 용궁 국민으로서 지켜야 할 약속을 어기면 다시는 이 용궁에 발을 들여 놓지 못한다는 걸 명심하게나.”

거듭 명심하겠습니다.”

거북이는 용왕의 허락을 어렵게 받아 금강산 구경을 나서게 되었어요. 거북이는 일생에 이런 기쁜 일은 힘들 것 같아 기뻐 어쩔 줄을 몰랐어요.

용왕님께서 허락을 하셨지만 금강산을 어떻게 가지?”

거북이는 금강산으로 들어가는 길목을 잘 몰랐어요. 다행히 동해바다 용궁에서 금강산으로 들어가는 길을 문어가 잘 알고 있어 금강산 입구에까지 문어 하인이 안내를 해주기로 했어요

거북이는 문어의 안내를 받아 금강산으로 들어가는 금강산 자락까지 갔어요.

거북 대신님, 여기 바닷가 앞산이 금강산 만폭동으로 들어가는 길목입니다. 그곳으로 올라가시면 산등성이에 아주 커다란 너럭바위가 나옵니다. 그 너럭바위에 아이들이 기어들어갈 정도 크기의 구멍이 하나 있어요. 우리 동해바다에서 금강산 구경을 가려고 하면 그 구멍을 반드시 통과하여야 됩니다.”

너럭바위를 통과하지 않고 다른 곳으로 돌아서 금강산에 들어가면 안 되니?”

용왕님의 허락을 받은 자는 반드시 그 너럭바위를 통과하셔야 하옵니다. 용왕님이 허락하는 금강산 통과문이옵니다.”

그 참, 까다롭네.”

돌아오실 때에도 꼭 그 구멍을 통과하셔야 하옵니다. 만약에 그 구멍을 통과하지 않으시면 아주 무서운 벌을 받게 되어 다시는 용궁으로 돌아오시지 못합니다.”

문어는 거북이에게 힘차고 단호한 말을 했어요. 그 말을 남기고 문어는 말을 다했다는 듯이 바닷물 속으로 들어 가버렸어요. 평소 같지 않게 쌀쌀하게 대하는 문어가 서분하기도 했지만 거북이는 금강산 구경에 마음이 팔려 그 정도는 가벼운 일로 접어 두었어요.

짜식이, 용궁의 대신인 나에게 너무 쌀쌀맞게 굴어.”

거북이가 동해 바닷가에서 너럭바위 구멍이 있는 산 쪽으로 부지런히 기어갔어요. 작은 언덕을 넘어서자, 문어가 말한 대로 커다란 너럭바위가 턱 버티고 서 있고, 그 바위에 작은 구멍이 나 있어요. 너럭바위가 마치 금강산을 지키는 아주 무서운 성문 같았어요.

거북이는 떨리는 가슴으로 조심스럽게 기어서 너럭바위 바위 구멍을 가볍게 통과했어요.

 

거북이가 너럭바위 문을 통과하자, 거북이의 커다란 눈을 어디에 둘까 중심을 잃을 것 같았어요. 만폭동의 가을 경치가 너무도 황홀하게 펼쳐져 거북 자신이 마치 꿈속에 퐁당 빠지는 것 같았어요.

거북이의 눈앞에 만폭동 골짜기가 살아있는 그림처럼 움직이는 것 같았어요. 만폭동의 기기묘묘한 바위, 폭포가 내리 쏟는 골짜기마다 빨간 단풍으로 수놓아져 있었고, 양쪽 골짜기가 기암괴석의 신기한 바위들이 층층으로 쌓여져서 그 속에 거북이 자신이 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벅찼어요. 기암괴석의 꼭대기 바위에서 그림처럼 쏟아져 내리는 하얀 물줄기는 진주알을 파랗게 뿌려 놓은 것 같았어요. 그 알알이 푸른 물들이 파랗게 고여 있는 담수는 가을하늘보다 더 푸르고 맑았어요.

그런 황홀한 경치에 취한 거북이는 잠시 눈을 감았어요.

! 용궁은 무엇인가? 나는 너무 몰랐구나. 감옥에 갇혀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거북이는 새롭게 펼쳐지는 세상에 대해 자신을 잃고 있는 것 같았어요. 만폭동의 경치에 빠져 헤어날 수가 없어, 거북이는 황홀한 기분으로 그 자리에 한 개의 돌이 되어 가만히 서 있고 싶었어요.

! 만폭동 팔담의 경치를 더 둘러보자.”

거북이는 너럭바위 앞을 지나, 만폭동의 팔담 쪽으로 발길을 옮겼어요. 골짜기 마다 하얀 물줄기가 진주알처럼 부서져 내리는 모습을 볼 적마다 거북이는 자기가 살아온 용궁이 감옥처럼 느껴졌어요.

용궁은 이렇게 아름다운 단풍도, 진주알 같은 맑은 폭포가 왜 없을까?”

거북이는 팔담의 폭포, (작은 연못)들이 너무도 좋아 만폭동 골짜기를 엉금엉금 걸어서 두 바퀴나 돌아보았어요. 만폭동 경치를 보면 볼수록 더 보고 싶어 눈을 다른 곳으로 돌릴 수가 없었고 제 자리에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어요. 거북이는 해가 지고 어두워도 바람소리, 물소리, 새소리가 너무도 좋아서 도저히 팔담을 떠날 수가 없어 팔담 바위굴에서 하룻밤을 지냈어요.

밤이 되었어요. 까만 밤하늘에 은구슬을 뿌려 놓은 듯한 별들이 수없이 흐르고 있는 모습을 보자, 거북이는 가슴을 다독이며 감동을 했어요.

! 저 하늘의 빛나는 별을 보라. 세상에 이런 아름다운 곳도 있었다니... .”

다음날도, 거북이는 팔담을 떠나 다른 금강산 구경을 떠나지 않았어요. 팔담을 몇 번 돌아보아도 볼 적마다 보지 못하던 경치가 있어 금강산의 다른 명승지를 돌아볼 생각을 할 수가 없었어요..

거북이가 만폭동의 팔담 골짜기를 한 바퀴, 두 바퀴, 세 바퀴, 네 바퀴, 다섯 바퀴 .... . 몇 바퀴를 돌았는지 몰랐으며, 날짜도 하루 이틀 사흘 며칠이 지났는지 몰랐어요. 거북이가 팔담을 돌아볼 적마다 새롭고 아름다워 금강산의 다른 곳으로 갈 수가 없었어요.

이제 거북이가 팔담을 여러 바퀴 돌아다니자, 금강산의 친구도 몇몇 알게 되었어요. 팔담을 돌면서 사슴, 다람쥐, 곰 등과 종종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어요. 그들은 모두 거북이를 아주 존경했어요.

우리 사슴들이야, 길어야 몇 십 년을 살다가 죽지만 거북님께서는 천년을 사신다니, 우리보다 얼마나 좋으세요.”

거북이는 그 말을 들을 적마다 기분이 좋아 금강산에 살면서 그들과 이웃 친구가 되고 싶기도 했어요. 다람쥐, 곰도 거북이를 이웃 친구처럼 무척 좋아했어요.

거북이는 그들과 친구처럼 지내면서 금강산 골짜기에서 나는 산삼, 녹용도 함께 캐어 먹고, 산삼 골짜기의 옹담샘 물도 마시며 그들과 친해지자, 몸도 그들처럼 뚱뚱하게 살이 쪄갔어요. 그렇지 않아도 느린 거북이걸음이 더 둔하고 느리게 걷게 되었어요.

 

그러는 사이 금강산에 초겨울 바람이 불자, 팔담에 단풍이 한 잎, 두 잎 떨어지기 시작했어요. 나무들이 앙상하게 가지만 남고, 산짐승들이 굴속으로 겨울 잠 준비를 하고, 새들도 천천히 겨울 채비를 하자 팔담도 조용해지기 시작했어요.

거북이는 그제야, 용궁에서 용왕이 당부하던 말이 언 듯 생각났어요. ‘단풍이 지기 전에 꼭 용궁으로 돌아오라는 용왕의 말이 화살처럼 자신이 머릿속에 꽂히는 것 같았어요.

! 큰일났구나. 내가 팔담 경치에 팔려 용궁으로 돌아갈 날을 잊었구나.”

거북이는 아쉬운 듯 팔담을 돌아보다, 허전한 마음으로 처음 금강산에 들어왔던 너럭바위 쪽으로 살이 통통하게 찐 몸으로 엉긍엉금 기어갔어요.

거북이가 너럭바위 앞에 서자, 금강산 만폭동에서 지낸 세월이 아쉬웠어요. 어쩌면 만폭동 친구들과 더 재미있게 더 즐겁게 이곳에서 머무르고 싶었어요.

높고 커다란 너럭바위 구멍 앞에 서서 거북이가 아쉬운 마음으로 다시 한 번 만폭동 골짜기를 한 동안 뒤돌아보다 마음을 돈독히 먹고 용궁으로 돌아갈 준비를 했어요.

거북이는 용기를 내어 너럭바위 구멍 앞에서 구멍 안으로 머리를 밀어 넣으려고 긴 목을 쑤욱 빼었어요.

이 구멍을 통과하면 다시는 이 아름다운 금강산을 보지 못할 것이 아닌가?”

거북이는 머리가 구멍 안으로 들어가자, 내키지 않았지만 몸뚱이도 구멍 안으로 힘차게 밀어 넣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거북이가 비명을 질렀어요.

아얏. 내 몸이 바위구멍 모서리에 걸려 빠져나갈 수가 없구나.”

거북이는 몇 번을 구멍 안으로 머리와 몸뚱이를 밀어 넣었으나 그때마다 바위구멍 모서리에 몸이 걸려 빠져 나갈 수가 없었어요.

왜 그럴까? 들어 올적에는 가뿐하게 이 구멍을 통과했는데... .”

거북이는 그 이유를 알지 못했어요. 천고마비지절인 가을에 만폭동 골짜기에서 나는 귀한 산삼 약초를 너무 많이 먹은 것을 몰랐어요. 더 무서운 것은 자기가 태어난 본향인 용궁을 까마득하게 잊고 만폭동에만 푹 빠져 태평하게 지내다보니 그 날씬하던 몸이 뚱뚱보가 되어버린 것이었어요.

거북이는 다시 한 번 마음을 굳게 먹고, 마지막으로 너럭바위에 머리를 들여 밀고 힘차게 몸뚱이를 밀어 넣어 보았어요.

아앗. 또 실패다. 왜 그럴까? ”

거북이는 기진맥진하여 너럭바위 앞에서 숨을 식식거리다 풀석 주저앉았어요. 얼마를 그렇게 망설이며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거북이가 동해바다 쪽에서 들려오는 귀에 익은 음악 소리를 들었어요.

, 이 음악은 용궁에서 듣던 그 음악소리가 아닌가?”

거북이가 그 음악소리를 듣자, 눈가에 마알간 이슬이 맺혔어요. 용궁에서 아침마다 일찍 일어나면 언제나 듣던 정다운 기상의 아름다운 멜로디 소리였어요.

그 음악 소리가 차츰 멎어질 즈음에 용왕의 목소리가 묵직하게 들렸어요.

거북아, 착한 거북아, 너는 내가 말한 3가지 약속을 하나도 지키지 않았구나. 너는 오늘부터 네가 있는 바로 그 자리에 한 마리 돌 거북이 되어 만폭동 골짜기만 바라 보거라.”

거북이는 용왕의 말을 듣고, 왈칵 눈물이 쏟아지며 자신의 잘못을 깨달았어요. 허지만 거북이 몸은 무겁고 단단한 바위로 서서히 굳어져가고 있었어요.

그날 이후부터 돌 거북을 거북바위라고 부르고, 거북이가 즐겨 산책했던 소(작은 연못)를 거북이 못(구담) 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해요.

 

 

더함안신문(theham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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