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함양신문

흙, 그리고 생명

김양자(본지 문화담당 기자)

 

 

가을걷이가 한창이다. 서둘러 벼 베기를 마친다. 가축 겨울 사료를 위한 볏짚을 정리하고 까까머리처럼 남겨진 벼 밑둥을 갈고 뒤집는다. 억센 벼 밑둥이 잘게 부셔져 흙과 만나면 새로운 거름으로 탄생된다. 보드라운 흙으로 바뀐 논이 변신을 시작한다. 철재기둥이 세워지고 비닐로 덮어진 집으로 탈바꿈을 한다.
겨울들판을 빛내 줄 작물을 옮겨심기도 하고 새로운 생명체 파종을 위하여 부지런히 변신을 하는 신비로운 모습들이다. 생명을 품었다가 내어주고 새로운 생명체를 잉태하기 위한 논과 밭의 변신을 조종하는 것은 농부들이 보여주는 지혜다.
할아버지가 하던 모습, 아버지가 하던 모습을 배우고 익히고 따라하고 스스로 하는 동안 젊음은 저 멀리 가 버렸다. 아버지를 닮아 가는가 싶더니 어느 사이 할아버지의 모습으로 변해버렸다.
그래도 뿌듯하다. 우리의 먹거리가 소중하기에 시간과 절기에 맞추어 생명을 키워나가는 재주꾼 농부들이 끝없이 창조하는 모습들이다.

벼이삭 말리기를 하는 어르신이 보였다. 자전거 타고 달려가던 걸음을 멈추고 가까이 다가갔다. 어르신 일하는 모습이 보이면 피해가기도 하지만 다가가 보고 싶은 생각이 충동질을 한다.
젊은기 일은 안하고 놀러만 댕기쌌네라고 오해를 할 수 가 있다는 나만의 생각이 잠재해 있었지만 피하 던 것을 돌려 다가갔다.
구푸러진 허리. 커다란 모자. 헐렁한 바지를 입은 어르신께서 길다란 손잡이 끝에 달린 갈퀴(깔꾸리라 부르기도 한다)를 들고 이삭 말리기 작업을 하는 것이다.
이삭이 햇살을 고르게 받을 수 있도록 갈퀴로 뒤집어주고 펼치고 밀고 당기기를 반복한다. 이만큼은 아들 몫. 이만큼은 딸 몫. 이만큼은 사돈 몫으로 이렇게 생각하며 일을 하셨을 것이다. 일 하는 동안 잊고 참았던 힘겨움이 따스한 방에 누울 즈음 욱신거리며 찾아온다. 한 낮 등판에서 마음껏 놀아주던 햇살이 찜질 해준 것이 고마울 뿐이다.
장갑을 끼지 않고 일을 하는 손은 거칠다. 거뭇하고 반점도 보였다. 손끝은 뭉텅하다. 손가락 관절은 굽은 것이 있다. 저 손으로 가족 뒷바라지를 하고 가축을 키우고 먹거리를 살피고 기르며 길삼도 하고 어른공경도 하였다.
편히 쉴 만한 나이이지만 노년의 시간마저도 허투루 보내지 않고 작은 힘이라도 보태려는 모습이 그저 존경스럽기만 하였다. 연세가 여든 둘이라고 하셨다.

골목길 청결을 위하여 봉사하시는 어르신을 만났다. 길을 잃은 담배꽁초와 과자봉지, 휴지와 구겨진 담배 곽, 음식물과 나무젓가락까지. 내 집 앞. 내 집 골목을 내가 청소하지 않는 것은 게으름의 극치이고 기본 사회생활 점수는 제로이다.
골목길의 함부로가 만든 작품의 감상과 평은 어르신들 몫으로만 둘 것인가? 아무런 연관도 없는 어르신들이 우리’ ‘청결과 위생’ ‘건강하고 깨끗한 마을을 위하여 당신이 다니는 길이 아니지만 청소봉사를 하는 것이다.
바라보는 내내 참 부끄러웠다. ‘저쪽은 70, 우리 셋은 여든다섯이라오라고 한다. 내 작은 엄마. 이모. 고모. 숙모뻘이다.
상품 구입 때 마다 쓰레기봉투 구매가 필수가 된다면 당신 엄마가, 이모가 고모가 숙모가 할머니가 거리의 청소부가 되지 않을 것이다.

더함안신문(thehaman@naver.com)

 
  • 등록된 의견이 없습니다.

 의견쓰기

작성자 비밀번호
의견쓰기
  • 내용은 200자 이내로 적어야 합니다.
    기사와 무관한 글은 임의로 삭제될 수 있습니다.
  • 왼쪽 숫자를 입력해 주세요.

포토뉴스

  • 포토뉴스
  • 포토뉴스 더보기
  • “가을, 함안을 그리다”
    “가을, 함안을 그리다”
  • “가을, 함안을 그리다”“가을, 함안을 그리다”
  • 조근제 함안군수, 태풍 ‘마이삭’ 대비 일제지령 전달  조근제 함안군수, 태풍 ‘마이삭’ ...
  • 조근제 함안군수, 벼 병해충 항공방제 현장 격려방문조근제 함안군수, 벼 병해충 항공방...
  • 조근제 함안군수, 관내 집중호우 침수현장 점검   조근제 함안군수, 관내 집중호우 침...
  • 올해부터 건협. 신장비뇨기 정밀검진 프로그램 운영
    올해부터 건협. 신장비뇨기 정밀검진...
  • 올해부터 건협. 신장비뇨기 정밀검진 프로그램 운영올해부터 건협. 신장비뇨기 정밀검진...
  • 함안군보건소, 취약계층 어르신 인공관절 수술비 지원함안군보건소, 취약계층 어르신 인공...
  • 함안상의 박계출 회장 자치분권 기대해 챌린지 동참함안상의 박계출 회장 자치분권 기대...
  •  함안군보건소,‘알면 힘이 되는’주민지원 사업 홍보 함안군보건소,‘알면 힘이 되는’...
  • 올해부터 건협. 신장비뇨기 정밀검진 프로그램 운영
    올해부터 건협. 신장비뇨기 정밀검진...
  • 올해부터 건협. 신장비뇨기 정밀검진 프로그램 운영올해부터 건협. 신장비뇨기 정밀검진...
  • 함안군보건소, 취약계층 어르신 인공관절 수술비 지원함안군보건소, 취약계층 어르신 인공...
  • 함안상의 박계출 회장 자치분권 기대해 챌린지 동참함안상의 박계출 회장 자치분권 기대...
  •  함안군보건소,‘알면 힘이 되는’주민지원 사업 홍보 함안군보건소,‘알면 힘이 되는’...
  • 올해부터 건협. 신장비뇨기 정밀검진 프로그램 운영
    올해부터 건협. 신장비뇨기 정밀검진...
  • 올해부터 건협. 신장비뇨기 정밀검진 프로그램 운영올해부터 건협. 신장비뇨기 정밀검진...
  • 함안군보건소, 취약계층 어르신 인공관절 수술비 지원함안군보건소, 취약계층 어르신 인공...
  • 함안상의 박계출 회장 자치분권 기대해 챌린지 동참함안상의 박계출 회장 자치분권 기대...
  •  함안군보건소,‘알면 힘이 되는’주민지원 사업 홍보 함안군보건소,‘알면 힘이 되는’...

개업홍보

  • 개업홍보
  • 개업홍보 더보기
  •  
  • 오피니언
  • 기획특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