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함양신문

44. 금강산 나무꾼과 선녀의 사랑

금강산 깊은 산골 작은 마을에 착한 나무꾼이 살았어요.

나무꾼은 산골 냇가 오두막집에 혼자 살면서 나무를 해서 장에 팔거나, 금강산 골짜기를 다니며 귀한 약초를 캐어다 팔아 생활을 했어요.

그러한 그에게 가장 신기한 것은 금강산 골짜기의 사슴, 노루 등 산짐승들과 아주 친하게 지내는 것이었어요. 나무꾼이 산 속을 다니면서 약초를 캐면 사슴이나 노루들이 어떻게 알았는지 다가와 주둥이로 나무꾼의 다리에 대고 끙끙거리며 친구처럼 장난을 걸기도 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아침나절이었어요. 나무꾼이 산 깊은 숲속에서 망태기를 메고 약초를 캐고 있을 때였어요. 포수가 쏘는 총소리가 갑자기 엄청난 폭음으로 골짜기를 뒤흔들었어요.

그 무서운 총소리가 나자, 나무꾼 앞으로 한 마리 사슴이 숨을 거칠게 쉬며 훌쩍훌쩍 뛰어왔어요. 무서워 벌벌 떠는 사슴은 나무꾼이 평소에 아끼는 머리에 빨간 점이 있는 사슴이었었어요. 나무꾼은 얼른 그 사슴을 가까운 풀숲에 숨기고 등을 다독여 주었어요.

잠시 후, 사냥꾼이 험상궂은 얼굴을 하고 헐레벌떡 나무꾼에게로 달려와 굵직한 목소로 물었어요.

“이봐요? 이리로 사슴 한 마리 뛰어오지 않았어요?”

“보시다시피 나는 약초를 캐느라 정신이 없어요.”

풀숲에 숨어서 그 소리를 듣는 빨간 점 사슴은 금세라도 사냥꾼이 풀숲으로 와서 총을 들여 밀 것 같아 가슴이 콩닥이었어요.

나무꾼은 사냥꾼이 멀리로 사라지자, 몇 번이고 사냥꾼 뒤를 확인한 후, 햇살 같은 화안한 웃음을 머금고 사슴이 숨어 있는 풀숲으로 왔어요.

풀 술에 가슴을 조이고 숨어 있던 사슴이 나무꾼의 인기척을 듣고 천천히 기어 나와 나무꾼에게 그 마알간 눈에 한 방울 눈물을 보였어요.

“아저씨, 고마워요. 이 은혜를 어떻게 갚을까요?”

“녀석아, 은혜라니? 우리는 매일 만나는 친구이잖아.”

나무꾼은 그런 놀란 사슴을 자기의 따뜻한 가슴에 포옥 안아 주었어요. 사슴은 철없는 아기처럼 나무꾼의 품에 고개를 푸욱 묻었어요.

다음날도 나무꾼은 약초를 캐러 어제께 그 골짜기로 갔어요. 나무꾼의 마음속에는 약초를 캐는 것보다 어제께 사냥꾼의 총소리에 놀란 사슴이 밤새 잘 있는지 그게 궁금했어요.

나무꾼이 골짜기에서 들어와 이리저리 둘러보았어요. 약초보다는 어제의 빨간 점 사슴을 찾고 있었어요. 그런데 참 신기한 것은 빨간 점 사슴이 이미 어제 그 자리에 앉아 나무꾼을 기다리고 있다가 나무꾼을 보자, 반갑다는 듯이 풀쩍풀쩍 뛰어왔어요.

나무꾼은 그런 사슴을 꼬옥 껴안고 사슴의 주둥이에 자기 입을 부비다, 나무꾼과 사슴의 눈길이 마주쳤어요.

사슴은 무언가 간절하게 나무꾼에게 말을 하고 있었어요. 나무꾼의 눈길이 사슴의 그 말을 읽을 수 있었어요.

“나무꾼 아저씨, 결혼도 하지 못하고 혼자서 외롭지요? 제가 드리는 말씀을 잘 들어요.”

나무꾼은 따뜻한 손으로 그런 사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사슴의 눈길 속에 말을 들었어요.

“아저씨, 다음달, 초사흘달이 뜨면, 금강산 선녀담(작은 못)으로 가세요.”

“선녀담, 깊은 골짜기 폭포 물이 내려오다 맑은 물이 깊게 고이는 곳이지. 그곳에 왜 가니?”

“그곳에 가면, 하늘나라 선녀들이 내려와 목욕을 할 거에요”

“선녀들이 목욕을 해? 그런 곳에 내가 가도 되니?”

“그 선녀들이 목욕을 하는 동안 선녀의 옷 한 벌을 몰래 숨기세요.”

“그러면?”

“그 선녀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와 결혼을 하세요.”

“그래도 되는 것인가? 그 참!”

사슴은 할 말을 다했다는 듯이 나무꾼의 품에서 살며시 빠져 나갔어요. 그리고는 나무꾼에게 고개를 까닥이고 숲속으로 가려고 했어요.

사슴은 숲속으로 가려다 잠시 뒤를 돌아다보고 무언가 마지막 말을 한 마디 했어요.

“아저씨, 마지막으로 한 마디 더 하지요. 선녀와 결혼을 하여 아기를 셋 낳을 때가지 절대로 선녀의 옷을 돌려주지 마세요. 신신당부 드려요.”

빨간 점 사슴은 그 말을 남기고 숲 속 깊은 곳으로 숨어들어가 버렸어요.

금강산 선녀담에 초사흘 달이 희미하게 비추었어요.

나무꾼은 사슴이 말한 맑은 물이 찰랑거리는 선녀담으로 갔어요. 소나무 사이로 희미한 초사흘 달빛이 비췄지만 선녀담에는 아직 아무 기척도 없었어요.

나무꾼은 쿵덕이는 가슴을 누르고 선녀담이 잘 보이는 바위 뒤에 웅크리고 숨었어요.

얼마를 기다렸을까요?

하늘문이 열리자, 예닐곱 명의 선녀들이 달빛을 타고 날개옷을 가볍게 날리며 한 사람씩 선녀담으로 내려왔어요. 선녀들은 선녀담 옆에 있는 너른 바위 위에다 옷을 벗어 놓고 맑은 물에 인어처럼 퐁당 퐁당 들어갔어요.

나무꾼은 가슴이 쿵덕쿵덕 크게 뛰었어요. 나무꾼은 선녀들이 옷을 벗어 놓은 바위로 한 마리 다람쥐처럼 가볍게 숨어 들어갔어요.

선녀담에서는 나무꾼의 행동을 전혀 눈치 채지 못하고 선녀들이 깔깔거리며 재미있게 목욕을 하는 소리가 달빛처럼 피어올랐어요.

나무꾼은 떨리는 손으로 선녀들의 옷 중에서 한 벌을 살며시 손으로 당겼어요. 선녀의 옷 한 벌이 나무꾼의 손 안으로 끌려오자, 향긋하고 포근한 내음이 나무꾼의 몸에 배어왔어요.

“와! 이 포근한 내음!”

선녀의 옷이 나무꾼의 가슴 가까이 오자, 나무꾼의 눈이 스르르 감겨드는 것 같았어요. 나무꾼은 선녀의 옷을 자신의 속옷 깊숙이 숨겼어요.

선녀담에서는 선녀들이 찰방거리며 물장난을 치고 깔깔거리며 재미있게 놀았어요. 선녀들이 그렇게 얼마를 놀았을까요?

밤이 깊었어요.

선녀들이 한, 둘 바위 위로 올라와 옷을 입고 하늘나라로 올라갈 준비를 했어요.

그런데 잠시 후, 선녀들 사이에 놀란 비명소리가 났어요.

“어마, 내 옷이 없어졌어. 내가 분명히 여기에 벗어 놓았는데. 혹시 내 옷이 바뀌었나?”

“아냐 내 옷이 맞아. 이를 어쩌지?”

“할 수 없다. 지금 하늘 문을 닫을 시간이다. 자칫하면 우리 모두가 하늘나라에 올라갈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선녀들은 울고 있는 선녀를 두고 날개옷을 입고 훨훨 달빛을 타고 하늘문을 향해 날아 올라가버렸어요.

나무꾼은 이 모습을 어두운 바위 뒤에서 숨을 죽이고 보고 있다가 슬그머니 일어나 선녀 쪽으로 갔어요. 나무꾼의 인기척을 눈치 채고 선녀가 울음을 뚝 그치고 부끄러워 몸을 숨기려 했어요.

나무꾼은 자기가 가지고 있는 여벌 옷 한 벌을 주며 선녀가 입도록 했어요. 선녀는 마땅히 갈 곳도 없고 나무꾼을 따라 마을로 내려왔어요.

다음날 아침이 되었어요.

선녀는 나무꾼의 집으로 돌아와 하룻밤을 지내게 되었어요. 나무꾼은 선녀와 한 집에서 살게 되자, 여태까지 몰랐던 포근한 가정이란 것을 알게 되었어요. 나무꾼은 선녀가 불편한 것이 있을까 이 것 저 것 잘 챙겨주었어요.

선녀가 나무꾼의 집에서 지내게 되니, 모든 게 낯설고 어색하게 느껴졌지만, 며칠이 지니지 않아 선녀는 그곳이 정이 들었어요. 하늘나라에서는 보지 못하던 온갖 산꽃이 피고 산새들이 아침마다 지저귀는 소리는 아름다운 노래처럼 들렸으며 노랑나비, 흰나비가 꽃 사이로 나는 모습은 하늘나라에서 볼 수 없었던 그림 같은 모습이었어요.

선녀는 나무꾼의 모든 것을 믿고 싶었어요. 나무꾼과 선녀는 따듯한 봄날 두 사람이 물 한 그릇을 떠 놓고 천지신명에게 절을 하고 결혼을 했어요. 그날부터 두 사람은 알콩달콩 사랑을 나누며 즐거운 신혼 생활이 시작되었어요.

달이 가고 해가 가고 나무꾼과 선녀 사이에 어느덧 아들, 딸을 낳아 기르게 되었어요.

그런데 선녀는 아들, 딸을 낳아 기르면서부터 자주 신랑에게 푸념처럼 말을 했어요.

“아, 단 한번만이라도 선녀담에 벗어 놓은 그 선녀 날개 옷을 입어보았으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 아이들이 그 옷을 보면 엄마가 예쁘다고 할텐데.”

나무꾼은 그런 선녀의 말을 듣고 장롱 깊숙이 감추어 두고 있는 선녀의 날개옷을 내어 주고 싶었어요.

그때마다 나무꾼은 사슴이 신신당부하던 말이 떠올랐어요.

“절대로 아기 셋을 낳을 때까지는 선녀의 날개옷을 주지 말아요.”

오늘도 나무꾼은 사슴의 말이 떠올라 선녀의 말을 못 들은 체 했어요. 그러다 선녀가 훌쩍이며 날개옷을 입고 싶다고 나무꾼에게 간절한 눈빛을 보내자, 나무꾼도 마음이 흔들렸어요.

“그래, 자식 둘을 낳았으면 날개옷을 주어도 될 것 같아.”

그날 밤, 밝은 달이 금강산을 비추었어요.

나무꾼은 선녀가 훌쩍이는 것이 너무도 안스러워 달빛이 밝은 밤에 장롱 깊숙이 넣어둔 선녀의 날개옷을 조심스럽게 내어 선녀의 손에 잡혀주었어요.

선녀가 그 날개옷을 보자, 우울했던 얼굴이 활짝 펴지더니 날개옷을 입었어요. 그러자, 선녀는 두 아이를 양쪽 겨드랑이에 끼고 달빛을 타고 하늘나라로 올라가버렸어요. 너무도 순간적인 일이라, 나무꾼도 어떻게 잡을 수가 없었어요.

나무꾼은 순간적으로 선녀, 아이 둘의 행복을 잃어버리자, 사람이 제 정신이 아니었어요. 밤새 한 잠도 자지 못했어요.

다음날 아침나절, 그는 자기에게 행운을 가져다 준 사슴이 보고 싶어 약초 망태기를 메고 선녀담으로 갔어요. 사슴이 그런 나무꾼의 마음을 알기라도 한 것처럼 선녀담 넓은 바위에서 나무꾼을 기다리고 있었어요.

나무꾼이 힘없이 터벅터벅 선녀담에 닿자, 사슴이 가까이 다가오며 위로의 말을 했어요.

“아저씨, 선녀가 선녀담에서 옷을 잃어버린 후부터 하늘나라에서는 두레박으로 물을 길어 올려 목욕을 한답니다.”

“그래서?”

“오늘 밤 두레박이 내려오면 그 두레박을 타고 하늘나라로 올라가세오.”

나무꾼은 사슴이 말을 듣고 색시와 아들, 딸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아, 정신이 번쩍 들었어요. 그는 자기가 메고 있던 약초 망태기랑 호미를 던져버리고 달이 뜨는 밤이 오기를 기다렸어요. 두레박을 타고 하늘나라에 올라가면 귀여운 두 아기, 예쁜 선녀 아내를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설레이었어요.

드디어 금강산에 달이 둥실 떠올랐어요.

하늘문이 서서히 열리고 커다란 두레박이 하늘나라에서 천천히 선녀담으로 내려왔어요. 두레박이 선녀담의 물을 담는 것을 부어버리고 나무꾼 자신이 두레박 안에 탔어요.

두레박이 하늘 문을 향해 스르르 올라갔어요. 두레박이 하늘 문에 닿자, 두레박을 끓어 올리고 있던 선녀들이 고함을 질렀어요. 하늘나라 선녀들은 아기, 그 엄마 선녀의 이야기를 들어 나무꾼을 잘 알고 있었어요.

“아기 아버지, 나무꾼이다.”

나무꾼은 즉시 선녀가 있는 곳으로 안내되어 보고 싶던 아내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는 아들과 딸을 만나게 되었어요. 그날부터 나무꾼은 아내, 딸, 아들과 함께 지내게 되었어요.

며칠을 하늘나라에서 지내게 되자, 나무꾼은 하늘나라가 싫증이 나고 금강산 고향집에 가고 싶었어요.

나무꾼은 색시 선녀에게 은근히 물어보았어요.

“자기야, 어때? 하늘나라와 우리가 살던 금강산이 어느 곳이 좋아?”

색시 선녀도 금강산에 있는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어요. 하늘나라 생활은 너무 규칙적이고 따분해서 지겨웠어요. 금강산 집에는 노란 개나리, 진달래, 할미꽃, 산수유 등이 바람결에 향긋한 내음을 날리고 다람쥐, 산토끼, 사슴 노루 등이 있는 아름다운 곳이지요.

색시, 나무꾼, 아들, 딸은 하느님에게 간절히 간청을 하며 두레박을 타고 선녀담으로 내려와 살았다고 해요.

지금도 그 선녀담에 밤이 되면 두레박이 내려오는지 가보고 싶어요. ㅎ ㅎ ㅎ ㅎ ㅎ

더함안신문(theham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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