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함양신문

7백 년 잠에서 깨어난 아라홍련

기획취재-①함안의 자랑

함안의 자랑거리 중 하나가 고대 아라가야국의 순장고분에서 발굴 된 ‘연’씨다. 연씨는 7백년의 긴 잠을 자고 깨어난 함안가야의 보물이다.
연은 6월 중순을 즈음하여 조용히 모습을 드러낸다. 함안군 가야읍 가야동에 자리한 ‘연꽃테마공원’은 수련. 백련. 홍련이 속살거린다. 여름날 더위로 지쳐버린 이들의 심신을 위로라도 해 주려고 의논을 하는 것 같다.

 


고개를 갸우뚱 거리는 꽃봉오리들은 새침뜨기처럼 솜털 고르기에 바쁘다. 살며시 다가가면 꽃봉오리로 토닥거려주는 것 같기도 하다. 오가는 이들의 발걸음을 멈추어 버리게 하는 연꽃, ‘연꽃’ 이름 하나로 그 오묘함을 여러 가지로 펼쳐 보여주려고 분주하다.
멀리서 보노라면 초록빛 풍성한 이파리들 속에서 그 누군가를 이끌리게 하려는 듯 연분홍빛 가득 머금고 있다. 풍성한 연잎과 연꽃은 바라보는 누구라도 손을 내밀어 잡아보고 싶게 한다.
가까이에서 보면 꽃잎은 한 장 한 장마다 고귀함과 순결함을 머금고 그 모습을 바라보는 이의 심성에 따라 미소와 환희로 평안과 고요함으로 반겨준다.

 

수 많은 꽃들과 다르게 연은 깊은 물속에서 동면하고 여름날에 이르러서야 기지개를 켠다. 흙과 물과 햇살과 바람이 주는 영양소를 품고서 진흙더미를 헤치고 유월의 따스하고 포근함을 기다리다가 새순을 내밀기까지 모든 과정들이 신비롭기만 하다. 생명체들의 신비는 제 때를 기다리면서 서두르지 않는다. 저 보다 먼저 싹을 틔우는 것에 대하여 질투를 하지도 않는다. 이들의 정체를 확인하기위해 달려가 보자.

가야의 연꽃 신비는 타임머신을 타고 700년 전으로 날아가 그 실체를 찾아야 한다.

함안이 천오백년 전 고대에는 김해와 경북, 남해일대에 이르기까지 아라가야국, 안라국으로 불리우며 다스려지던 시절의 한 고을이었다. 융성하던 아라국 당시에 고을을 다스리던 왕족이나 귀족이 죽게 되면 따르던 노비나 종들을 순장하는 풍습이 있었다. 순장을 위해서 생전에 사용하던 물건들, 그릇, 옷가지, 신발들을 함께 묻어주었다. 고분 속에서도 왕족이나 귀족의 수발을 들어준다는 의미와 함께 종의 신분으로 평생을 사느니 왕족이나 귀족은 좋은 곳으로 갈 것이니 함께 가겠다는 의미 지닌 것이기도 하다. 여러 순장품 중의 하나가 ‘연 씨앗’이었다.

 

함안의 말이산 고분군들이 일제 강점기 때는 일본인들에 의하여 도굴이 되고 이후에는 도굴 전문범들에 의하여 문화재가 도굴되고 도적질을 당하게 되었다. 고분군의 훼손 되어가는 것을 방지하고 선조들의 삶을 탐색 연구하며 보존하기 위하여 발굴 작업을 하던 중 순장고분에서 거뭇하고 다른 씨앗보다 큰 특이한 씨앗을 발견하게 된다. 한국지질학에서 연구원들이 씨앗을 심어 보았으나 몇 차례 실패를 하게 된다. 이후 함안박물관과 함안농촌기술센타에서 재시도 하여 2009년 씨앗 세 개에서 싹을 틔우는데 성공을 하게 된다. 그러다가 2010년 7월에 꽃을 피우게 되고 지금에 이르러 연꽃테마공원이 조성되어졌다. 쉼터와 근거리에 먹거리점, 운동을 할 수 있는 곳, 산책을 할 수 있는 둑길, 카페와 분수대, 작은 무대와 깨끗하고 편리한 화장실은 지역민들 뿐 아니라 수많은 관광객의 발걸음이 성시를 이루게 하고 편안하고 안전하게 관람을 할 수 있도록 조경되어 있다.

 

새벽녘 아침 해가 눈을 부비고 실눈을 뜰 즈음부터 앞 다투어 달려 온 전국의 카메라맨들이 연꽃의 신비롭고 영롱한 포즈를 렌즈에 담기 바쁘다. 아침이슬을 머금은 연잎과 연꽃은 모두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마법을 부린다. 연꽃이 속살을 드러낸 모습부터 씨앗을 품은 연밥과 실눈을 뜨고 꽃잎을 드러내려는 봉오리에 이르기까지 렌즈는 초점 맞추느라 넋을 잃은 듯하고 연신 셔츠를 누르기 바쁘다. 카메라맨들의 바쁜 아침이 지나가고, 한 낮에는 정자나 그늘의 터널과 쉼터에 앉아 감상할 수 있다. 안개 자옥한 새벽에는 신선이 백발수염을 휘날리며 쉬어 갔는지도 모를 일이다. 더울 때는 하얀 미소를 머금은 박꽃 터널 속을 거닐며 감상을 할 수 있다.

  

수련. 홍련. 백련이 제각기 군집을 이루어 키재기를 하고 있으므로 연꽃의 종류에 따라 사잇길을 걸어가는 재미도 솔솔하다. 사잇길은 제쳐두고 공원의 가장자리 갓길을 따라 걸으며 5km가량이 된다. 연꽃테마공원의 이모저모를 감상하며 걷는 동안 어른들은 옛날 흙길을 걷던 추억을 떠올리게 되고 아이들은 흙과 흙길의 소중함과 고마움을 느끼게 될 것이다. 사잇길을 걷는 동안 꽃잎에만 시선을 고정시키지 않아도 된다. 연 줄기 사이를 오가며 노래하는 오리, 폴작이며 뛰어다니는 개구리, 첨벙거리는 가물치, 웽웽거리는 벌, 사랑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물잠자리, 가녀린 날개를 살포시 접으며 꽃잎위에 앉는 나비, 개구리밥 사이를 뛰어다니는 청개구리. 자연물들의 조화로움 사이에서 생명의 신비에 놀라워하는 사람들. 자연은 자신을 바라보는 이들에게 아름다움을 선물하고 사람의 심성을 곱게 만들어준다. 환한 날과 달리 빗줄기가 세차게 내려치는 날에는 탁월한 방수력을 지난 연잎을 바라보는 신비로움이다. 짙푸른 연잎은 가득 고인 빗물을 품었다가 물 속 가물치에게 부어주고 작은 물방울들은 연잎위에서 구슬놀이 하기에 바쁘다.

 

눈으로 감상하는 것 외에도 연잎과 연밥은 다양한 식재료로 개발되어 쓰임을 받고 있다. 고슬고슬하게 지은 밥을 연잎으로 싼 다음 한번 찌개 되면 연잎의 향이 밥을 감싸고 식탁을 물린 다음에도 은은함이 전신을 베여 심신을 안정하게 해주는 진귀한 음식 중의 하나로 변신한다. 연잎은 건조 가공하여 연잎차로도 애용한다. 새하얀 잔에 연잎을 띄우고 따뜻한 물을 부으면 연둣빛 맑은 차가 된다. 연둣빛 차속에 담겨진 조용한 향기를 음미하는 동안 천 오백년 전 아라국의 시대로 가는 느낌을 받는다. 연잎을 타고 선조들의 향기를 드듬어 보는 행복을 누리게 된다. 차향의 또 다른 맛은 연꽃잎 속에 잎 녹차를 넣고 꽃잎으로 살포시 덮은 다음 넓은 그릇에 담은 뒤 따뜻한 물을 부으면 연꽃이 서서히 피어나는 신비로움을 감상하며 차를 마시는 행운을 누릴 수 도 있다. 연꽃이 제 임무를 마치면 씨앗을 맺는다. 그것을 연밥이라 부른다. 연밥이 형성 될 무렵 연밥은 연한 연둣빛을 머금고 있다. 연한 연둣빛 연밥 속에는 여러 개의 홈이 있다. 씨앗을 자라게 하는 어머니의 자궁과 같은 역할을 한다. 연밥이 점점 자라며 연밥 속의 씨앗이 완전히 여물기 전에 수확을 하면 먹거리로 변한다. 잘 삶은 연밥은 삶은 밤 맛과 견줄 만큼 맛있는 간식거리가 되어준다. 연뿌리는 마디마디가 연결되어 연밥에 버금가는 탁월한 영양소를 제공해준다. 졸임. 부침개. 구이. 김치. 장아찌로 변신하여 우리의 입맛을 살려준다. 이처럼 연은 뿌리부터 꽃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모든 것을 우리에게 돌려준다. 꽃으로 시각적. 심미적 환호를 불러일으키게 하는 것에서 각종 먹거리로 변신하여 미각을 돋구어 주는 것까지 온전한 헌신으로 임무를 완성하게 된다.

 

아라국, 아라시대의 꽃이라 하여 ‘아라홍련’이라 부르는 연꽃... 수련을 바라보면 저절로 명상을 하게 된다. 백련의 순박한 모습에서 침착함과 품성을 다듬게 하며, 홍련의 고운 그라데이션 앞에서 삶의 의미를 되세겨 보게 된다. 꽃은 저마다 바라보는 이에게 다른 뜻과 의미를 전하며 자신의 임무전달을 위하여 충성을 다한다. 진흙탕 같은 물속에 갇혀 사는 것 같지만 한여름을 장식한 꽃 중에 이보다 커다란 의미를 전해 주는 꽃을 보았냐고 연꽃은 질문을 하는 것 같다. 연꽃의 조용한 아름다움에 발걸음은 멈추어 버리고 7백년 긴 잠에서 깨어나 그 속에 간직한 비밀은 바라보는 이들은 삶의 평온한 아름다움을 무한대로 재충전하게 된다. 연꽃이 7백년의 긴 잠에서 깨어나 우리에게 주는 혜택을 헤아려 보는 동안 심성의 맑음이 가득 차오른다.

김양자 기자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더함안신문(theham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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