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함양신문

27. 신기한 닭소리가 새벽을 여는 신계사

조현술(논설위원)

군북면 출신/경남문인협회 회장 역임, 진주혜광학교장 역임)

 

신계사에 오직 하나 남은 축조물인 3층 석탑은 삼국시대 돌탑의 아름다움을 알려주는 대표적 건축물이어요. 정양사의 고탑, 장연사 고탑과 함께 현재 금강산에 남아 있는 3대 석탑으로 불려지고 있지요.

화강암으로 된 이 탑은 그 형식과 돌을 다듬은 기법이 서로가 같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어요.

이들 돌탑은 1400여년을 거슬러 올라가 삼국시대의 탑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그 형식과 기법을 고찰하는 귀중한 문화재적 가치를 지니고 있어요.

이 신계사에 신비스런 이야기가 숨어 있어요.

절에 수십 명의 승려가 있지만 ‘원’이라는 젊은 승려가 지성으로 부처님을 모셨어요.

그런 젊은 원 승려가 하는 일 중에서 특별히 다른 승려들과 다른 일이 하나 있었어요. 그것은 그 원 승려가 새벽 4시가 되면 어김없이 일어나 찬물에 목욕을 하고 대웅전으로 올라가 목탁을 치며 불공을 드리는 것이었어요. 시계가 없는 시대라 그 시간을 맞춘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었어요.

오늘 새벽에도 그랬어요.

승려들 방에 수십 명의 승려들이 잠을 잤어요.

원 승려는 다른 승려들이 단잠이 깨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일어났어요.

“어이쿠! 늦잠을 잔 것이 아닐까?”

원 승려는 서둘러 마당으로 나갔어요.

“시간이 맞는지 절간 마당에 나가보아야지. 부처님께는 꼭 같은 시간에 불공을 드려야지.”

절간에는 새벽을 정확하게 알리는 시계가 없었어요.

원 승려는 절간 마당으로 나갔어요. 초가을의 절간 마당은 맑은 어둠과 맑은 공기 간혹 풀벌레 소리가 깔려 있었어요. 여치, 귀뚜라미, 메뚜기들의 소리가 금강산 골짜기에 떠내려갈 듯이 흘렀어요.

원 승려는 하늘을 올라다보았어요. 금강산 하늘에는 수많은 별들이 총총 눈을 뜨고 있었어요. 새벽하늘에 온통 반짝이는 별들로 흐르고 있었어요.

원 승려는 그 많은 별들 중에서 북두칠성을 찾고 있었어요. 북두칠성은 시간을 알 수 있는 별이거든요.

“북두칠성 가장 자리 별이 금강산 비로봉 가운데 왔으니 새벽 불공 시간이 되었구나.”

원 승려는 절간 우물가로 갔어요.

금강산의 봉우리들이 둥그렇게 어깨를 짜고 있는 둥근 하늘에 반짝이는 별빛들이 내려다보는 절간 마당에는 초가을 풀벌레들이 자지러지게 울었어요. 귀뚜라미 소리가 어쩐지 아련하게 ‘원’ 승려의 눈시울을 적시게 했어요.

우물가에 선 ‘원’ 승려는 두레박으로 물을 긷기 위해 우물 안을 들여다보았어요. 우물 안에는 눈을 뜬 별들이 원 승려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반짝이며 반겼어요. 우물 속에 있는 그 많은 별들이 눈동자처럼 반짝이며 원 승려의 마음속으로 다가 왔어요. 고향의 친구, 엄마의 눈동자로 다가왔지만 원 승려는 꾹 입술을 깨물었어요.

“아, 맑은 마음이 되게 별빛이 녹아 있는 우물물로 목욕을 하자.”

‘원’ 승려는 두레박으로 우물 속의 별들을 건져 올렸어요. 그 별빛이 반짝이는 물을 머리 위에다 부었어요. 별빛이 온통 몸에서 반짝이는듯 했어요. 초가을이라고는 하지만 금강산의 가을은 온몸에 얼음이 얼어붙을 것 같은 추위였으나, 원 승려는 얼굴하나 찌푸리지 않고 두레박으로 우물물을 몸에 부었어요.

목욕을 마친 원 승려가 조용히 대웅전으로 올라갔어요. 온몸이 얼어붙을 것 같은 추위가 몰려왔지만 원 승려는 오로지 부처님에게 불공을 드린다는 마음으로 몸과 마음을 데웠어요.

원 승려가 대웅전 문을 열었어요. 작은 촛불 하나가 가물거렸어요.

그 불빛 속에서 묵직한 목소리가 들려왔어요.

“법원이구나. 하루도 거르지 않고 시간도 어김없이 그 시간이구나.”

“아! 큰스님께서 벌써 나오셨네요.”

“그렇네. 자네가 우리 절에서 부처님을 너무 열성적으로 모시기 때문에 내가 종종 이렇게 나오네. 자네가 새벽마다 그렇게 시간을 맞추는 것을 보면 부처님께서도 감동하실 것이네.”

“아닙니다. 큰스님의 불심에 비하면 저는 작은 벌레보다 못하지요.” “어허. 아니네. 그런데 시간을 어떻게 그렇게 잘 맞추는가?”

“예, 큰스님, 언제가 스님께서 저에게 하늘에 별들의 움직임을 보면 새벽 시간을 정확하게 알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낮에 해가 뜨면 해의 위치를 보고 시간을 알지요.”

큰스님과 원 승려는 목탁을 치며 새벽 예불을 드렸어요. 조용하던 금강산 계곡에 목탁소리와 낭랑한 염불소리가 새벽 안개처럼 가득히 흘러내려갔어요.

다음날, 새벽이었어요.

원 승려가 잠자리에서 일어나자 평소 같지 않게 서두르기 시작했어요.

“큰일났다. 어쩌나? 이렇게 비가 쏟아지니 하늘의 별을 볼 수가 있어야지.”

원 승려는 강한 빗줄기를 맞으며 우물가로 달려가 두레박으로 물을 퍼 올려 목욕을 했어요. 차가운 기운이 온몸을 얼어붙게 했지만 원 승려는 정신을 차리고 두레박 물로 온몸을 씻었어요.

목욕을 마친 원 승려는 대웅전으로 달려갔어요.

큰스님도 없었어요. 원 승려는 부처님 앞에 108 번 절을 올린 후, 조용히 자기 자신을 생각했어요.

“내가 부처님 앞으로 출가를 한지도 벌써 10 여년이 지났구나. 10 여년 동안 하루 빠짐없이 새벽 시간에 맞추어 예불을 드렸다. 부처님의 말씀이 눈에 보일 듯 한데, 아직은 아득하기만 하다. 눈이 내리면 눈으로 목욕을 하고 얼음이 얼면 얼음을 깨어서 목욕을 하기도 했지.”

원 승려는 눈을 감고 아슴하게 펼쳐지는 부처님 세계를 바라다보았어요. 그 부처님의 세계는 한없이 멀고, 한없이 높아 자신의 불심으로는 그저 까마득히 먼 곳으로만 보였어요. 부처님의 자비로 ‘원’ 승려 자기에게 나타나는 아무런 불심의 흔적을 볼 수 없었어요.

“나의 불심이 옅은 것일까?”

원 승려는 자신의 불심에 대한 회의를 느꼈어요. 그러다가 그런 자신을 꾸짖고 다시 조용한 명상의 세계로 들어갔어요.

그날 밤이었어요.

아주 깜깜한 한 밤중이었어요. 절간의 승려들이 모두 깊이 잠이 들었어요. 금강산 골짜기의 물소리, 바람소리 그리고 풀벌레 소리도 잠이 들었어요. 하늘의 별들까지 졸고 있는 깊고 깊은 밤이었어요.

조용하던 대웅전이 아슴하게 밝아오기 시작했어요. 부처님 아래로 나한들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했어요. 대웅전 벽 벽화 속에 있던 모든 그림 속의 나한, 보살들이 부처님 앞으로 모여 들었어요.

그 중 가장 위엄이 있어 보이는 나한이 부처님 앞으로 나와 공손하게 합장을 하고는 조심스럽게 말을 했어요.

“내가 이 절에 나한으로 벽의 그림 속에서 승려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내려다보았으나 새벽마다 찬물, 얼음, 눈에 목욕을 하고 그렇게 열성적으로 불공을 드리는 사람을 처음 보아요. ”

그 말에 모든 나한들이 고개를 꺼덕이었어요. 다른 나한이 나서며 말했어요.

“나도 그 ‘원’ 승려가 참으로 불심이 깊은 사람이라고 생각해. 그런데 그 승려가 새벽마다 시간을 맞추기가 무척 어려운 것 같아. 구름이 낀 날, 비가 오는 날, 눈이 내리는 날에는 하늘에 별을 볼 수 없으니, 시간을 가늠할 수가 없어 무척 고통을 당하는 것 같아.”

나한들이 여기저기서 그 말이 맞다고 했어요. 또 다른 나한이 나섰어요.

“우리가 시간을 알려주는 방법을 찾아주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나한들이 모여 앉아 머리를 맞대고 의논을 했지만 ‘원’ 승려에게 시간을 알려줄 마땅한 방법이 없었어요. 모두가 이런 저런 얘기를 했지만 의미 없이 끝나는 것 같았어요.

그때 한 나한이 얼굴에 빙그레 웃음을 머금고 말했어요.

“한 가지 방법이 있기는 한데, 참 어렵기는 하지만..... .”

“그게 무엇인데?”

“새벽 4시에 맞추어 닭 울음소리를 내게 해주는 거야.”

“그게 불가능이지. 절간에 닭은 키울 수가 없지 않는가?”

“그래서 하는 말인데, 요, 앞 대웅전 바로 앞 골짜기에 아주 커다란 동굴이 하나 있어. 그 동굴에서 작은 돌 하나가 굴러도 이 절간에는 아주 큰 소리로 들리지.”

“그건 그렇지. 그 동굴이 입구는 작지만 안으로 들어갈수록 아주 넓고 커서 작은 소리도 울려서 대웅전에는 아주 크게 들리지.”

“그러니까. 부처님의 은덕으로 새벽마다 그 동굴에서 닭 울음소리를 내어 달라고 간청을 드리는 거야.”

여태까지 묵묵히 나한들의 소리를 듣고 있던 부처님께서 고개를 꺼덕이더니 빙그레 웃기만 했어요. 부처님의 말없는 웃음은 그 일을 허락한다는 말이었어요.

나한들, 보살들 모두는 얼굴에 만족한 웃음을 띠고 모두가 본래의 벽화 속으로 숨어 들어갔어요.

그날 새벽이 되었어요.

금강산 골짜기에는 바람이 불고 눈발이 휘날리기 시작했어요. 날씨가 무척 추워지고 앞뒤를 분간할 수가 없었어요.

원 승려가 부스스 잠에서 깨어 문을 살며시 열고 바깥의 날씨를 살폈어요.

“아하. 큰일났구나. 이를 어쩌나? 여태 이런 날씨가 없었는데, 이를 어쩌나? 도저히 시간을 가늠할 수가 없구나.”

원 승려가 10 여 년 동안을 부처님에게 새벽 예불을 드렸지만 오늘 같은 날씨는 처음이었어요.

“아! 10 여년의 불공도 헛사로구나. 그러나 눈 속이라도 눈으로 목욕을 하고 부처님께 나가자.”

바로 그때였어요.

대웅전 바로 앞 골짜기에서 닭이 우는 소리가 선명하게 들려왔어요.

“꼬기오, 꼬오.”

“아니? 저것은 새벽이 되어야 우는 닭 울음소리가 아닌가?”

원 승려는 가슴이 크게 뛰었어요. 온몸이 더워왔어요.

“이것은 부처님의 은덕이다. ”

원 승려는 눈으로 비벼서 목욕을 했어요. 몸이 더워 오고 온몸에 힘이 솟아났어요. 천진난만한 아이처럼 팔딱거리며 대웅전으로 달려갔어요.

“법원이냐?”

큰스님이 대웅전에서 원 승려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큰 스님은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는 것처럼 원 승려에게 부처님같은 묵직한 목소리로 말했어요.

“법원아, 부처님께서 너의 불심에 감동을 하셨다. 내가 이절에 와서 정말 뜨거운 부처님의 흔적을 보게 되는구나. 닭소리는 너를 위한 기적의 선물이다.“

아침이 되었어요.

절간의 수십 명의 승려들이 아침 공양을 위해 식당에 모였어요. 모두가 닭 울음소리에 대한 이야기로 진지했어요.

“새벽에 분명히 대웅전 맞은 편 골짜기에서 닭 우는 소리를 들었어.”

“아니 나는 못 들었어. 무슨 터무니없는 소리야. 이 깊고 깊은 금강산 골짜기에 닭 울음소리라니? 그게 말이 되니?”

“크크크, 맨날 잠꾸러기 네가 그 닭 울음소리를 들을 리 없지.”

“하하하, 하하하하.”

“너무도 선명하게 들렸어. 바로 앞마당에서 들리는 것 같이 큰 소리였어.”

아침 식당에는 공양보다 닭울음소리로 식당이 가득했어요.

그날 아침나절, 대웅전에는 절간의 모든 승려가 다모였어요. 큰스님께서 큰 설법을 한다는 것이었어요. 대웅전에는 모든 승려들이 숨을 죽이고 큰스님의 설법을 기다렸어요.

“오늘 내가 승려로서 평생을 살아왔지만 오늘처럼 감격스런 말을 하기는 처음이다. 여러분도 알겠지만 우리 절에서 가장 지극 정성으로 불공을 드리는 법원 승려가 있지. 부처님의 은덕을 얻어 새벽마다 닭 울음소리로 새벽을 알리게 되었다. 나는 오늘부터 이 절의 주지를 법원에게 맡기기 노라.”

큰스님의 말이 끝나자, 모든 승려들이 부처님을 향해서 합장을 했어요.

“또 말하노라. 오늘부터 우리 절의 이름을 신계사로 부르기로 한다. 즉 부처님(神)의 은덕으로 닭(鷄) 울음소리를 얻었다는 뜻이니라.”

그 후부터 그 절 이름을 신계사(神鷄寺)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해요.

더함안신문(theham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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