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함양신문

쥐와 관련된 기억들

황진원(논설위원)

군북출신/전 장유초 교장

 

 

2020년 경자년(庚子年)이 밝았다. 쥐띠 해다. ‘경자년(庚子年)’에서 ‘경(庚)’은 10간의 일곱 번째로 오방색 중 흰색을 뜻한다. ‘자(子)’는 십이지의 처음으로 쥐띠를 뜻한다. 그래서 ‘흰 쥐띠의 해’가 된다. 모든 띠가 그렇지만 쥐의 해도 좋은 말들이 많다. 쥐의 해에 태어나는 사람은 식복(食福)과 함께 좋은 운명을 타고나며, 위험을 감지하는 본능의 동물, 재물ㆍ다산ㆍ풍요ㆍ근면성ㆍ은밀성의 동물 등 특성도 많다. 쥐띠의 운명을 갖고 태어난 사람들은 긍지를 가질 만하다. 그러나 여기서는 쥐띠 해를 맞아 ‘쥐’란 동물을 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옛날에는 가을 추수를 하면 곡식을 가마니에 넣어 고방(창고)에 쌓아두었다. 그것은 1년 동안 양식과 시장에 팔아 용돈을 마련할 살림 밑천이다. 필요시 고방의 가마니를 꺼내면 가마니에 가득 넣어둔 곡식이 반 가마니가 되어 있다. 쥐가 곡식을 다 까먹고 바닥에는 벼 껍질만 가득하다. 배를 굶어가며 저장해 둔 곡식이 쥐만 좋은 일시키는 격이었다.

쥐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쥐약을 놓기도 했다. 쥐가 좋아하는 먹이에 쥐가 먹으면 독이 되는 약을 섞어 쥐를 죽게 하는 방법이다. 이것은 효과는 있다. 그러나 2차 피해가 문제가 된다. 쥐약을 먹고 죽은 쥐를 고양이가 먹으면 고양이가 죽고, 개가 먹으면 개가 죽는다. 그래서 난데없이 이웃집의 짐승이 죽어 이웃 간에 언쟁이 생긴다. 그 외 쥐덫, 쥐틀, 뒤에는 쥐본드도 나왔다. 쥐를 어느 한 집만 잡아 쥐가 줄어들면 다른 집쥐가 찾아온다. 그래서 쥐 잡는 날을 정해 마을 단위로 동시에 쥐를 잡기도 했다.

학교에서는 ‘쥐꼬리 모으기’를 했다. 쥐를 잡아 쥐꼬리를 잘라 학교에 가져가는 것이다. 보통 한 가정에 학생이 2~3명은 되었는데 잡혀 주지 않는 쥐의 꼬리를 학교에 갖다 바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지금 와서 들리는 얘기지만 그때 잘사는 도시 아동들은 오징어 다리를 불에 그슬어 쥐꼬리로 속여 학교에 갖다 줬다고 하니 선생님을 속이는 용기도 대단하지만, 오징어 구경도 못 하던 농촌 아동들은 꿈같은 이야기로만 들린다. 그때는 이름표 밑에 주요 내용의 실천을 다짐하는 깃을 달았는데 ‘쥐를 잡자’라는 글귀를 달고 다닌 것이 기억에 남아있다.

쥐는 밤잠도 설치게 한다. 한옥의 구조는 서까래 위에 기와나 초가지붕을 덮어 비를 막는다. 방에서 볼 때 서까래가 천장이 되어 여름에는 더 덥고 겨울에는 더 춥다. 그래서 서까래 아래 부분에 천장을 만든다. 그것을 ‘반자’라고 한다. 그런데 반자는 쥐의 운동장이다. 아마 시골 생활을 한 사람이면 이런 경험은 누구나 겪었을 것이다. 그러나 궁즉통(窮則通 : 궁하면 통한다)이란 말이 있듯이 필자는 이것을 극복한 경험이 있다.

필자가 함안의 고향 집에서 거주할 때다. 밤만 되면 반자에서 뛰노는 쥐 때문에 도저히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겨우 잠이 들면 ‘찍찍’거리는 소리에 잠을 깨고, 깨면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는다. 벌떡 일어나 ‘쿵쿵’ 반자를 두드리면 조용해진다. 누우면 또 시끄럽다. 정말 미칠 지경이었다.

천신만고 끝에 하나의 방법이 떠올랐다. 반자에 구멍을 뚫었다. 그리고 전등불을 켰다. 갑자기 쥐 죽은 듯이 조용해 졌다. 어두운 밤에만 유달리 시끄러운 것에서 힌트를 얻었다. 무엇이든 알고 나면 별것 아니게 보인다. 그러나 쥐의 공포에서 해방된 필자에게는 너무나 위대한 발견이고 또 발명이었다. 그 후로 한 번도 반자위의 쥐 소리를 듣지 못했다.

그때, 방바닥에 누워 천장의 반자를 볼 때마다 궁금한 게 있었다. 반자 위에서 쥐가 맘대로 놀게 해 놓고, ‘ㄷ자’로 바닥을 잘라 함정을 만들어 놓으면 쥐는 어떻게 될까? 분명 쥐는 방바닥에 떨어질 것 같았다. ‘함정 쥐틀’을 고안해 만들어 보았다. 나무 상자 위에 양철 판을 깔고 쥐가 지나가면 중앙 부분이 아래쪽으로 열리는 장치를 하고, 쥐가 떨어지고 나면 다시 닫히게 했다. 그 반대쪽에는 쥐의 먹이를 달아 놓았다. 다음 날이었다. 쥐틀 속에 잡힌 쥐는 없었다. 그러나 몇 낱의 쥐똥이 똥글똥글 나뒹굴고 있었다. 그 뒤로는 다른 일이 바빠 관심을 가지지 못했다. 쥐틀 하나에는 한 마리의 쥐만 잡을 수 있다. 필자가 고안한 쥐틀이 성공하면 하룻밤 새 그곳을 지나는 쥐는 모조리 잡을 수 있는데 그것을 더 발전시키지 못한 것이 지금도 아쉽다.

쥐가 인간에게 백해무익(百害無益)한 것만은 아니다. 의약 실험실에는 인간을 위해 수많은 쥐가 실험의 대상이 되고 있다. 쥐가 인간을 위해 태어나지는 않았지만, 인간을 위해 희생 되고 있는 부분은 참으로 고맙다. ‘쥐구멍에도 볕들 날 있다’는데, 아직 인간이 의학적으로 해결하지 못한 수많은 미지의 세계를, 반드시 쥐가 해결해 줄 날이 올 것 같다.

더함안신문(theham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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