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함양신문

소리 없는 절규, 삭발(削髮)

황진원(논설위원)

군북출신/전 장유초 교장

 

 

60여 년 전, 옛날의 어린 시절 모습을 그리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무엇일까? 아마 빡빡 깎은 머리(머리털) 모양이 아닐까 싶다. 그때도 머리 밑 부분의 가장자리만 깎고 윗부분은 기르는 ‘하이카라(하이칼라) 머리’ 스타일이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이발료가 비싸고 이발을 자주해야 하기 때문에 주로 시골어린이는 빡빡머리(까까머리) 스타일이었다. 빡빡, 갓 이발을 하고나면 까맣던 머리가 없어져버려 완전히 다른 느낌의 아이로 변해버리기도 했다. 그래서 이발 기구에 장치를 하나 부착하여 조금 길게 깎는 ‘리부가리’ 이발이 있었다. 이렇게 하면 머리 부분이 까무스름해서 보기는 좋았다. 그러나 이발을 자주 해야 하기 때문에 그것도 쉬운 선택이 아니었다.

반면 여자 어린이는 단발머리를 했다. 귀를 살짝 덮을 정도로 머리를 길러 더 길어지면 주로 집에서 어머니가 잘라주었다. 머리가 길다보니 자주 감아야 하고 빗질도 해야 한다. 더구나 머릿니가 서식하기 좋은 조건이라 어머니의 무릎에 딸을 눕혀놓고 머릿니를 잡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었다. 남자 아이와 같이 빡빡 깎아버리면 이 모든 것이 해결되지만 그런 여자 아이는 한 명도 없었다. 그 시대의 어려운 환경에서도 여자 아이의 머리카락은 그 무엇보다 소중히 관리 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무소속 이언주 국회의원이 지난 9월 10일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삭발을 했다. 다음날은 자유한국당 박인숙 의원이 그곳에서 삭발을 했다. 그 자리에서 김숙향 서울 동작갑 당협 위원장도 삭발을 했다. 모두 문 대통령이 조국을 법부부장관으로 임명한 것에 대한 항의의 표시다. 이 의원의 삭발에 홍준표 자유한국당 전 대표는 “얼마나 아름다운 삭발이냐?”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박 의원의 삭발에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방문하여 한국당 의원의 ‘릴레이 삭발’을 예고했다. 실제, 9월 16일 황교안 대표가 삭발을 하고 이어서 김문수 전 경기도 지사, 강효상 의원…. 세 여성으로 시작된 삭발은 릴레이 삭발로 이어졌다.

우리 조상들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머리카락을 함부로 손댈 수 없는 목숨과 같은 존재로 여겼다. ‘머리털과 피부, 곧 몸 전체는 부모님으로부터 이어받은 것이니 몸을 상하게 해서는 안된다(身體髮膚 受之父母 不敢毁傷)’고 했다. 그래서 장가든 남자는 머리털을 끌어올려 묶은 ‘상투’를 했다. 1895년 일본이 근대화를 빌미로 고종에게 강요한 단발령을 보자.

일본의 강요에 못 이긴 고종은 태자와 단발을 하고 단발령(斷髮令)을 선포했다. 백성들은 단발령을 ‘인륜을 파괴하여 문명인을 야만인으로 전락하는 조치’로 받아들였다. 그들은 “내 머리는 자를 수 있어도 내 머리털은 자를 수 없다”고 완강히 거부를 했다. 단발의 명을 받은 관리들도 차마 이를 실천하지 못하는 자가 많았다. 단발이 두려워 문을 잠그고 두문불출하는 자도 있었다. 결국, 을미사변의 원인이 되고 워낙 반발이 많아 내각에서는 단발령을 철회하면서 일단락된다. 유교적 사상에 의한 한국인의 머리는 그만큼 소중한 것이었다.

금강산 서쪽 천마산 자락에는 ‘단발령(斷髮嶺)’이란 고개가 있다. 이 단발령은 앞에서 말한 ‘단발령(斷髮令)’과 한자가 다르다. 사람이 이 고개에 올라 금강산의 아름다움에 취해 머리를 깎고 중이 되어 저절로 속세를 떠나고 싶은 생각이 드는 곳에서 단발령이 유래됐다고 한다. 불교에서는 머리카락을 무명초(無名草)라 하여 욕망의 상징으로 본다. 머리카락은 번뇌처럼 순식간에 자라기 때문에 삭발은 세속의 욕망에서 벗어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즉 ‘세속적 번뇌와 욕망을 단절시키고 부처님의 가르침과 깨달음을 얻어 중생을 구제한다’는 뜻이 삭발에 담겨 있다. 이처럼 유교적인 삭발과 불교적인 삭발은 의미를 달리 하고 있다.

머리카락은 미용 외에는 별 쓸모가 없는 신체부위로 생각하기 쉽다. 중요한 구실은 보온효과다. 체온은 머리 부분에서 많이 손실되기 때문에 추운 곳에서의 머리털의 역할은 크다. 대신 여름철의 더위에서는 그 반대의 결과를 생각할 수 있다. 반면 햇빛이 정면으로 노출되는 정수리를 보호한다는 학설도 중요하다. 또 머리가 외부에 부딪힐 때 머리털이 있어 완충작용을 한다. 그리고 문화의 산물이지만, 남자와 여자의 구별도 머리 스타일로 구분된다.

사람은 하루에도 몇 번 씩 거울을 본다. 제일 먼저 보는 것이 머리다. 그만큼 머리는 이미지 관리에 중요하다. 특히 여자는 머리 그자체가 미용이다. 이언주ㆍ박인숙 의원과 김숙향 위원장은 여자의 몸으로 삭발을 했다. 이런 아픔도 몰라주고 장본인 조국 장관은 손바닥으로 자기 머리만 쓸어 넘기고 있을지 모른다. 삭발은 목숨까지 내 놓을 수 있다는 결의의 표시, 투쟁, 지지층 결집, 요구관철 등 다양한 메시지가 내포된다. 이분들의 거룩한 뜻이 헛되지 않기를 바란다.

더함안신문(theham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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