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함양신문

<47>아내 호칭

박상래-전 지리산중학교 교장/본지 논설위원

함안 소작골천연염색교실/국문학박사과정 수료

 

엄마 아빠는 서당에서 소학을 읽을 시절에 부모를 부르는 호칭이었다. 적당한 때에 아버지 어머니로 호칭을 바꾸지 않으면 어른이 되어서도 존대로 바꾸거나 아버지 어머니로 부르는 것이 차마 잘 되지 않는다. 스스로 너무 어색함을 이길 수 없는 것이다. 평소 운동도 잘하고 행동도 의젓한 젊은 교사가 교무실에서 시골 어머니와 전화통화를 했다. ‘응, 그래 옴마가? 옴마 니는 오늘 어디 갔다 왔다고?......’ 웃기도 하고 놀라기도 한 다른 사람들의 반응에 개의치 않고 계속 되는 통화를 듣고 나는 아주 놀랐던 기억이 있다. 지금도 그 교사를 생각하면 어린애 같은 통화내용만 강렬하다. 점심시간에 식당을 가는 길에서 동료교사가 손으로 코를 푼 것을 보았을 때와 같은 충격이었다.

15세기에는 안ㅎ[內]+애 곧 집안일을 주로 담당하는 사람으로 안사람, 집사람의 의미로 불렀다. 물론 남편은 이의 반대말인 바깥양반이 되는 것이다. 집안 안팎의 일이 분업화 되어있을 때의 호칭이다. 아내를 부르는 말에는 처(윗사람에게 자신의 아내를 소개할 때), 부인(남의 아내나 자기 아내를 부를 때), 여사(고대 중국에서 후궁을 섬기던 관리인인 女官을 지칭하던 말인데 지금은 부인에 존경의 의미를 부여한 때), 사모(스승이나 웃어른의 아내를 부를 때)라 한다. 나의 아내를 부를 때나 남의 아내를 부를 때 모두 사용하는 내자, 안주인, 안사람이 있다. 임자는 중세어에서는 님자였다. ‘님(존칭)+자’의 구조를 보면 남편이 직접 아내를 부를 때 사용한 점잖은 표현이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 앞에서 ‘우리 임자는~’이라고 사용하지는 말아야 한다. 마누라는 ‘중년 부인을 통속적으로 부르는 말이기 때문에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고, 존칭이 아니기 때문에 남의 부인을 부를 때도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아들의 아내인 며느리는 아가로 부르고, 남의 아내를 요즘은 누구누구 엄마라고 많이들 부른다.

죽은 아내를 고실(故室)이나 망실(亡室)로 부르고, 제사에 쓰는 지방에는 현실(顯室 顯-대상의 손윗사람)이라고 하여 죽은 아내를 높여 부르는 표현이다. 돌아가신 아버지를 이르는 顯考에 사용하는 ‘顯’은 지위나 명성이 높거나 귀하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죽은 남편을 높여 현벽(顯辟, 임금 벽)이라 부른다.)

남녀 학교로 나뉘어져 있다가 80년대에 들어 남녀공학 학교가 많이 생겼다. 일단 학교에서는 학생 수급이 용이했기 때문인데, 서양식 교육형태의 영향을 받는 점도 있다. 그 당시는 청학동 서당도 남녀 공학이었고, 시골중학교도 남녀 공학이 많았다. 대개 학생 수가 적은 시골학교였다. 그러나 80년대 이후에는 도시의 규모가 큰 고등학교도 남녀공학 형태로 운영하거나 설립하는 학교가 많아졌다. 남녀의 접촉이 잦고 자연스러워졌지만 보수적인 성향을 가졌다면 학교의 남자 선배를 부를 때에 오빠라고 부르는 것은 못마땅한 호칭이다. 그냥 선배나 형이라 불러야 한다. 이때부터 영향을 받았는지 모르지만 친교의 표현으로 부르다가 결혼을 해서도 남편을 계속 오빠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아졌다. 어릴 때 어머니나 아버지께 낮춤말로 시작한 사람은 어른이 되어도 정겹다는 고집과 편견으로 그렇게 부른다. 마치 어설픈 자세의 젓가락질을 편하다는 고집으로 성인이 되고 노년이 되어서까지 이어지는 것과 같다.

‘어이’라고 남편이 부르고, ‘보소’라고 아내가 부르는 풍경도 정겹다. 호남에서는 부인을 ‘자네’ 라고 부르지만 반말높임을 유지하면서 아내를 존중하는 마음씨를 엿볼 수 있다. ‘자네, 오늘 작은 아그 집에 갈려는가?’ 아내를 낮추면 본인인 남편의 권위가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경솔해 보이는 것보다 더한 천박함으로도 보일 수 있다. 다른 사람 앞에서 극존칭으로 ‘제 남편께서’나 ‘우리 부인’이라고 하는 것도 웃음거리다. 오빠가 아닌 제 남편, 우리 아내가 아닌 제 아내로, 서로 간에는 ‘여보’라고 부르는 것을 연습 없이 바로 지금부터 써야 한다. 무엇이든 굳어지면 바꾸기 힘들다.

 

더함안신문(theham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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